[건강 칼럼] 일본의 정신보건체계
[건강 칼럼] 일본의 정신보건체계
  • 박정숙
  • 승인 2019.07.30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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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적으로 정신과 병상 수가 늘어나고 정신건강복지센터가 보급될수록 정신과 입원환자의 재원일 수는 줄어들 거라고 예상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들 상관관계가 역으로 나타나고 있다. 명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정신장애인을 바라보는 우리의 독특한 시선과 문화적 행태가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일본, 대만, 중국에서도 볼 수 있다. 이들 국가는 지역사회에서 병 극복 의지를 가진 사람에게 치료의 길을 찾아주고 퇴원 후에는 재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구의 정신보건서비스와는 다른 문화적 특성을 보여준다. 대개 이들 국가에서는 가족이 정신질환자에 대해 가지는 법적·경제적 책임 의식이 높고, 급성환자와 만성환자의 구분이 명확하다. 그리고 병원을 중심으로 치료와 사회 복귀 시스템을 통합하고 사회질서를 유지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정신장애인을 바라본다.  

그런데 일본 정신의료기관을 여러 차례 방문하다 보니 기존 생각에 덧붙여 새로운 믿음이 하나 생겼다. 일본은 우리보다 훨씬 앞선 정신 보건서비스체계를 갖추고 있고, 정신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높지 않다는 점이다. 정신장애인들은 잘 갖춰진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고, 주민들이 동네 정신과 시설에 대해 갖는 거부감도 없다. 미디어가 편견을 조장하는 일도 드물고 그런 현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일본은 1950년 정신위생법을 제정해 격리 관습을 없앴고 가족이 돌보던 환자들을 의료 처치가 제대로 이뤄지는 병원으로 대거 이동시켰다. 1995년에는 환자의 삶의 질 수준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정신보건복지법을 제정했다. 

정신의료기관 입장에서 눈에 띄는 것은 정신과 병원의 병동을 구급·급성·아동 청소년·요양·치매별로 분류·개편한 일이다. 이를 계기로 입원 기간이 눈에 띄게 줄어든 병원이 생기기 시작하고 정신보건복지법 집행도 수월해졌다. 

지난해 정신건강복지법이 시행되면서 우리나라 정신보건체계는 큰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정신보건서비스 준거 틀을 만들지 않은 상태에서 만들어진 법이라 정책 집행이 순조롭지 않다. 이에 정신보건정책의 역사가 유사했던 일본 사례를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본 사례를 보면서 우리 스스로 정신적으로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그리고 건강을 함께 추구할 마음의 준비가 돼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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